오두막 풍경_5
아침 마다 가는 산책길 양 옆으로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오늘 아침길은 낙엽향이 유달리 좋다. 그 어떤 차에서도 느낄 수 없는 향기다. 지난 밤에는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렸다. 아마도 자연님이 깨끗한 빗물을 받아 달여낸 차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향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오랜만에 글자판을 두드린다. 지난 팔월 오일을 마지막으로 글을 접어야 했다. 왠지 글을 쓰기 싫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공간을 더럽히는 것 같았다.
인간은 실재(實在)와 허상(虛像)을 구분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졌다. 나무, 새, 사람, 산, ..., 등은 실재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반면 사랑, 꿈, 희망, 자유, 평화, ..., 등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실재는 우주, 자연에 존재한다. 그러나 허상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낸 상상일 뿐 우주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 자연을 지켜보라. 하늘도 실재고 땅도 실재고 태양도, 달도, 산과 나무와 온갖 동물들도, 강과 바다도 실재다. 인간은 언제부턴가 이 실재를 외면했다. 하루 스물네시간 동안 이 샐재하는 것들 중 단 일 분이라도 온전히 지켜본 적이 있는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출근을 하지만 태양 한 번 제대로 쳐다보는 사람 드물다. 정원에 핀 아름다운 꽃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엇에 홀린 듯 오고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실재하는 것들은 보지 못하고 말에 지나지 않는 허상에 홀려 산다. 그것이 오늘날 이 세상의 모습이다. 실재하는 것들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 그러나 꿈, 욕망, 사랑, 행복, 평화와 같이 말에 지나지 않는 허상은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
인간은 실재하는 것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즉 우주 자연과 하나나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주 자연의 이치에 순응해야 한다. 그러한 하나됨과 순응만이 영원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허상은 인간의 생각 즉 상상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것은 결코 만족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온갖 생각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 세상에 실재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나무를 볼 때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그 나무에 어떠한 생각이나 상상을 붙여서는 안된다. 새들도, 꽃들도, 산과 바다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생각이나 상상 없이 그저 지켜보아야 한다. 자신의 지식이나 정보를 개입해서도 안된다. 모든 지식과 정보를 버리고 텅 빈 상태로 지켜 보아야 한다.
이렇게 실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다 보면 어느 순간 존재 자체가 평온해짐을 느낀다. 이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가 텅 빔 속에 모든 것을 가득 채운다.
'느낌한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쪽엔 해가 서쪽엔 달이 나잡아 봐라 하네 (0) | 2022.12.19 |
---|---|
비온 후 낙엽 익는 향기에 취해 지금 여기에 (0) | 2022.12.19 |
매미도 쉬어가는 베롱나무 붉은 그늘 맴맴 (0) | 2022.08.05 |
그리움에 사무쳐 꽃이 되었는가 상사화여 (0) | 2022.08.01 |
땅에서 피어나 태양 더운 만큼 맵네 홍고추 (0) | 2022.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