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생명을 품은 엄마의 사랑 호박꽃이여] - 호박꽃을 보며 지은 짧은 시
노오란 호박꽃이 어린 호박을 고이 품는다. 행여나 장마철에 병들거나 다칠새라 온몸을 펼쳐 비와 바람을 막는다. 누가 호박꽃을 못생겼다고 했는가! 노오란 꽃색은 잘 익은 호박을 잘랐을 때의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꽃에서 달달하고 구수한 호박향이 느껴진다. 옛날 어머니가 끓여 주셨던 호박죽이 그립다.
완연한 여름에 접어든 것 같다. 하루종일 사방이 매미들 소리로 가득하다. 아직 맴맴 거리는 매미는 나오지 않았는지 매~만 길게 늘어뜨리는 소리 뿐이다. 그 소리 너머로 뻐꾹뻐꾹 소리가 들려온다. 중간 중간 들려오는 휘파람새 소리는 습하고 무더운 공기를 날려보내는 것 같이 청아하다.
대숲에는 죽순들이 부모 대나무 보다 더 높이 키를 뽐낸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요즘 장마철이라 죽순들이 철 만난 것 같다. 가지 없이 하늘 높이 치솟아 바람에 쓰러질까 위태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부모 대나무가 잘 지켜주는 것 같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부모의 사랑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느끼는 시간이다.
무궁화, 자귀꽃, 배롱꽃 또한 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하는 꽃들이다. 오죽하면 여름을 대표하는 삼대꽃이라 했겠는가? 내가 경험한 바로는 자귀꽃이 피었다가 질 즈음 무궁화와 배롱꽃이 핀다. 이들 세 가지 나무들은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향긋한 내음을 내준다.
어제는 몸이 안 좋아 거의 한달 동안 가보지 못한 텃밭에 나갔다. 풀들이 온 텃밭을 장악해 버렸다. 어떤 것이 먹거리인지 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장마철이라 더 심한 것 같다. 호미로 먹거리 주위에 있는 풀을 뽑았다. 풀을 뽑으면서 다시 한 번 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매번 풀을 뽑을 때 느끼는 거지만 풀이 땅을 살리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이다. 풀을 뽑은 땅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풀이 없는 땅은 딱딱하고 거칠고 매마르다. 땅이 촉촉하고 부드러우면 뭐라도 심으면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있다. 이런 땅에는 따로 거름을 하거나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걸고 기름지다. 그러나 풀이 없는 땅은 거름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작물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풀은 제거하고 죽여야 하는 존재로 알고 있다. 그래서 급기야는 제초제라는 독약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 독이 결국은 자신의 입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모른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을 두고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다.
내가 사는 주변 논밭에는 풀 한 포기 없다. 오직 먹거리 뿐이다. 고추밭에도 깨밭에도 나락논에도 풀 한 포기 찾아보기 힘들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까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지켜 보았다. 온 땅바닥에 비닐을 깔아 버렸다. 먹거리가 자랄 땅만 작은 구멍을 뚫고 나머지는 다 비닐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이 비닐 때문에 풀이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비닐이 없는 곳에는 제초제로 풀을 말려버린다. 이 결과로 땅은 매마르고 거칠어져 척박해졌다. 땅도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러므로 숨을 쉬어야 한다. 그런데 비닐로 가두고 제초제를 뿌려대니 도저히 숨을 쉴 수 없다. 당연히 땅은 죽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은 다시 죽어가는 땅에 억지로 거름을 하고 비료를 쳐서 연명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대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오는지 깨달아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 쓸모없거나 필요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함부로 없앨 수 있는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인간이 보기에는 하찮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풀 한 포기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대우주, 대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있어야 할 것은 있고 없어야 할 것은 없다. 그러므로 있는 것을 없애려고 하거나 없는 것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가면 된다.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충분하다. 욕심내지 말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이다.
이미 모든 것이 다 주어졌다. 있을 것은 다 있다. 욕심낼 필요가 없다. 그저 모든 걸 내 맡기고 흘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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