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처럼 우러러 보아야지 어머니를] - 해바라기를 보며 지은 짧은 시
지난 토요일은 장모님 산수연(傘壽宴 : 80세 생일잔치)을 열었다. 장모님 지인과 가까운 친척분들을 모시고 음식과 술을 대접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행복해 하시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한치의 꾸밈도 없는 자연스런 미소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곳 지방에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생신은 사위가 차려 준다는 말이 있다. 나는 맏사위다. 그래서 회갑 때부터 차려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그동안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경제적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탓으로 미루고 미룬 것이다. 그러다가 내 몸이 망가지면서 깨달았다. 내일은 없다는 것을. 다음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부모님은 내가 잘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막상 해드리고 나니 이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 없다. 무엇보다 어린아이 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장모님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장모님의 그 웃음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이었다.
나는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 나이 오십, 어머니 나이 마흔 하나에 내가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내가 군 제대후 얼마 안돼 돌아가셨다. 막내로 어리광만 피우다가 겨우 아버지의 사랑을 알 때쯤 돌아가셨으니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머니는 내가 결혼해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돌아가셨다. 작은 기쁨 조차도 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이 지금까지 한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드리지 못하고 부모님을 돌려보내야 했다. 지금 후회하고 땅을 치며 통곡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나는 부모님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 계실 때 잘해 드려야지 돌아가시고 없는 허공에다 산해진미를 올리고 절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 허공에다 대고 잔치를 벌이듯이 상을 차리고 절을 할 바에야 지금 이순간 여기 살아계신 장모님께 잘 해 드리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니겠는가?
효란 무엇인가? '부모를 정성껏 잘 섬기다' 는 뜻이다. 나는 이렇게 뜻을 풀이한다. '부모님께서 자신의 삶을 기쁘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조용히 지켜봐 드리는 것' 이라고.
부모님은 부모님의 삶이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 그 삶에 짐이 되거나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자식은 부모님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 짐이 되는 순간 부모님의 삶은 구속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둥지를 떠나는 순간 더 이상 부모님에게 기대서는 안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삶을 아름답게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지금 여기 밖에 없다.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이 참된 삶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순간을 놓치면 미련이 남고 후회하게 된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거나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 미래는 아지 오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시간이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뿐이다. 순간 순간을 얼마나 가치있게 살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과거도 없는 것이고(無, 空), 미래도 없는 것이다. 오직 현재만 존재한다. 지금 여기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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