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의 강인함에 하늘도 놀랐네 금은화] - 인동초꽃을 보고 지은 17자 시
겨울내내 푸른 기상을 보여주던 인동초가 금은화를 피우고 있다. 인동초는 말 그대로 겨울을 참아내는 풀이라는 뜻이다. 줄기와 잎은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게 겨울을 이겨내고 여름이 되면 하얀꽃이 핀다. 이 하얀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꽃으로 변하는데 이를 두고 금은화라고 부른다. 지금 산이나 들의 덤불에는 금은화와 마삭줄꽃이 한창인데 그 모양과 색이 비슷해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햇갈린다. 마삭줄꽃은 흰색이고 꽃잎이 다섯개며 바람개비 모양인 반면 금은화는 꽃잎이 위로는 세개 아래로는 한개가 길게 펼쳐져 있다. 둘 다 넝쿨식물이라는 점이 같다. 마삭(麻索)은 삼으로 새끼를 꼬듯 다른 식물을 감고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옛날 같았으면 지금쯤 보리 타작하느라 바쁠 때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논과 밭을 둘러 봐도 보리 보기가 힘들다. 내가 어렸을 때는 보리와 밀이 온 들판을 누렇게 물들였다. 가을에 벼 수확이 끝나면 보리와 밀을 심는다. 오월 쯤 되면 누렇게 익은 보리와 밀을 수확하고 그 자리에 벼모를 심는다. 벼를 심을 때는 비가 많이 내려야 한다. 옛날에는 저수지 같은 시설이 드문 때라 비가 오지 않으면 벼를 심지 못하는 천수답이 많았다. 비가 내리지 않아 밤잠을 못 이루시던 부모님이 떠오른다.
오월에 타작한 보리와 밀은 어릴적 배를 채워주던 든든한 곡식들이었다. 보리는 밥을 해 먹기도 했지만 콩이나 각종 곡물과 함께 볶아 미숫가루를 내어 먹었었다. 밀은 밀가루를 내어 국수를 뽑거나 수제비를 끊이거나 빵을 만들어 먹었었다. 밀가루를 내고 남은 밀기울(밀껍질)은 동동주를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내가 동동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끔 시장에서 보리를 사다 보리밥을 해 먹어도 옛날 그 맛을 찾을 길 없어 아쉽고 서글프다. 밀가루 역시 마찬가지다. 옛날 밀가루는 약간 누런 빛을 띄었는데 요금 밀가루는 순백색이다. 맛도 다르고 식감도 다르다. 구수한 맛과 부드럽고 쫀득한 맛은 사라지고 오직 탱탱하고 질긴 느낌만 난다. 이런 느낌은 단순한 향수병이 아니라 확실히 그렇다.
어릴 적 시절이 참 자연에 가까운 삶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옛날이 아니다. 겨우 사오십년 전의 일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좋은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데 나쁜 방향으로 변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때보다 편리해 지기는 했지만 삶의 재미와 행복은 줄어든 것 같아 슬프다. 삶은 뭐니뭐니 해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자연 속에서 부대낄 때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도시에서는 맛볼수 없는 그런 재미가 자연에는 있다. 자연은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도시 처럼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 무엇 보다도 풍요롭다. 풍요로움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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