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이파리 속에 꼬오옥 안긴 노오란 꽃이여] - 감꽃을 보고 지은 17자 시

노오란 감꽃이 핀다. 마치 비를 막아 주고 햇빛을 가려주기라도 하듯 커다란 이파리가 감싸 안았다. 이렇게 작은 꽃에서 커다란 감이 열린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자연은 쉴 새 없이 꽃을 피운다. 지금은 인동초꽃과 마삭줄꽃 그리고 층층나무꽃이 눈에 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찔레꽃이다. 덤불 군락을 이룬 하얀 찔레꽃은 절정에 달했다. 그 향이 얼마나 진한지 십리 밖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산책길 중간 쯤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연못 둘레에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주로 버드나무와 상수리나무다. 연못 이쪽은 산책로와 접해 있고 저쪽은 산과 붙어 있다. 산책로를 걸을 때 가끔씩 유난히도 잎이 흔들리는 나무가 있다. 하도 신기해서 가까이 가서 보면 수많은 가지 중에서 딱 한 가지만 심하게 흔들린다. 마치 세찬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것 같다. 다른 가지와 이파리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 지금까지 두 세번은 본 것 같다. 처음에는 이상하다 하면서 그냥 지나쳤다. 두 번째는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 보았다. 세 번째는 나도 모르게 동영상을 찍었다. 특히 바람이 불지 않는 날 그랬던 것 같다. 왜 그런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신기하고 신비로울 따름이다.

산과 들은 점점 그 푸르름이 짙어지고 햇볕은 따가워지고 있다. 밖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로 더워졌다. 이 글을 쓰고 나면 감자 밭에 나가야겠다. 감자꽃이 피려고 하기 때문이다. 꽃도 보고 풀도 보면서 멀어져가는 봄을 지켜봐야겠다. 호박 덩쿨에 거름도 주고 여주 줄기가 잘 올라갈 수 있도록 지지대도 세워야겠다. 토마토 줄기도 지지대를 잘 타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지인들은 내가 부럽다고 한다. 종종 자연 현상을 찍은 사진을 대화방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이 맞다. 그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내 삶은 고요하다. 시끄럽지 않다. 번잡하지 않다. 바쁘지 않다. 언제나 조용하고 차분하다. 항상 의식이 맑고 깨끗하다. 여유롭다. 그냥 자연에 있으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아주 평범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 평범한 삶이 부럽다고 한다. 그들은 나보다 돈도 많고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한낱 촌놈에 불과하다.

아마 그들은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막상 내려오면 곧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비록 몸은 자연에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고추를 심고 감자를 심는다. 고추와 감자가 커 가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즐긴다. 풀이 나면 나는대로 벌레가 오면 오는대로 그냥 그렇게 자연의 흐름에 따를 뿐이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와 함께다. 그러나 그들은 고추와 감자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농약을 쳐야 하고 벌레를 죽여야 한다. 그러다 결국 힘들어 지친다. 이게 아닌데 하고 도망친다. 그들은 자연에 와도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 애쓰지 않는다. 애쓴다고 즐기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먹고 사는 것이 대단한 것 같지만 별 것 아니다. 가만히 놔 두어도 먹을 만큼 준다. 아니 그 이상을 충분히 준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