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후 살며시 피어나는 사과꽃 그 향기에] - 사과꽃을 보고 지은 17자 시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좀 넉넉히 내렸으면 좋겠다. 담 너무 사과나무에는 분홍색과 연분홍색 그리고 하얀색이 어우러진 사과꽃이 피고 있다. 붉은 꽃주머니가 점점 펼쳐지면서 연분홍색이 되었다가 꽃잎이 완전히 펼쳐지면 하얀색이 된다. 봄이 깊어지고 있다. 산은 점점 녹음으로 변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고 여린 풀꽃들이 매일 매일 모습을 들어낸다. 훤히 보이던 건너편 마을 지붕들도 훌쩍 커버린 감나무 잎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엇그제 핀 것 같던 망개꽃은 어느새 동그란 열매로 변했다. 매실나무에는 벌써 엄지 손가락 만한 매실이 조롱조롱 달렸다. 파랗던 버찌는 점점 붉은색으로 변해간다. 이에 질새라 살구와 자두도 뽀송뽀송하던 털을 벗고 제법 모습을 갖쳤다. 가지마다 조롱조롱 매달린 앵두 역시 깊어가는 봄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생명들은 이렇듯 결실을 향해 가고 있다. 아울러 나 또한 인간으로서의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나무들은 추위와 더위 그리고 폭우와 태풍을 이겨내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열매로 익어가고 있다. 나 역시 지난 일 년간 마음을 비워내고 완전한 나로써 단단히 익어가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아무것도 없음으로 가득 채워져 어떤 것도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는 공(空), 무(無)의 상태가 되었을까?
인간을 제외한 생명들은 어떤 욕심도 찾아볼 수 없다. 더 많은 열매를 맺을려고 하지 않는다. 오로지 대우주가 주는대로 말 없이 받아 들인다. 많이 주면 많은대로 적게 주면 적은대로 그냥 그럴 뿐이다. 인간들은 어떤가? 작금의 세상속으로 들어가 보면 참 가관이다. 소위 지도자라고 하는 자들이 하는 짓을 보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권력을 쥐고 재물을 긁어 모으는데 가히 놀랄만한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욕심의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그 끝을 알 수 없다. 온갖 불법은 다 저지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감시하는 자들이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법을 이용하고 있다. 힘 없는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다. 이들이 취한 재물은 모두 힘 없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평형을 맞춘다. 지배자들의 권력과 재물은 오래가지 못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뺏은 만큼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다. 자연은 늘 평형을 맞준다. (지배자들은 사라지고 피지배자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다. 인간의 역사는 이렇다. 지금도 역사의 진실을 깨닫지 못한 인간들은 지옥의 바퀴를 계속 굴리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은 언제나 평형을 맞춘다. 가진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 뺏은 만큼 빼앗긴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없다. 오직 영(공, 무)이 있을 뿐이다. 영원한 지배도 없다. 영원한 지배 당함도 없다. 영원한 부도 없다. 영원한 빈곤도 없다. 이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 사실을 알면 삶이 달라진다. 잠깐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삶이다. 이 짧은 삶을 아무 가치도 없는 권력과 재물에 허비할 수는 없지 않는가 말이다. 그럴 바에야 단 한 순간이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즐겁고 행복한 삶은 바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해서 사는 것이다.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귀 기울여 봄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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