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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일어나렴 풀잎나비야 날이 밝았구나] - 풀잎에 앉은 나비를 보며 지은 짧은 시

길가 풀잎에 이름모를 나비 한 마리가 늦잠을 자는 듯 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깨어날 줄을 모른다. 무슨 나비인지 모르겠지만 불러서라도 깨워야 할 것 같다. 아침해가 뜬지 한참이 지났고 온갖 새들이 먹이를 찾아 소리를 지르며 사방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풀잎에 내려앉은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풀잎나비라고 부른다. '어서 일어나렴 풀잎나비야 날이 밝았구나'

어제는 봄에 심은 감자를 캤다. 심은 양에 비해 수확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을 했더라면 좀 더 많은 양을 얻었을 것이다. 캐다 보니 짓무런 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세 식구가 감자맛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아무것도 하지않은 자연 그대로 자랐기 때문에 씨알이 크지 않고 못생겼다.

지금은 무엇보다 매미소리가 한창인 때다. 집앞의 대나무 숲에도 뒷산 소나무 숲에도 온통 매비소리 뿐이다. 간혹가다 뿌꾹뿌꾹 뻐꾸기 소리만 들린다. 한 음으로 길게 내뱉는 매미소리가 주를 이룬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맴맴소리가 들리것이고 그 다음 매롱씨롱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매미소리는 여름이 한창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요즘 길을 겉다보면 풍뎅이류에 속하는 녀석들을 심심찮게 본다. 며칠 전에는 산책길에서 장수풍뎅이 수컷을보았다. 내가 다니는 산책길에는 도토리나무가 많다. 그래서 이런 녀석들이 많은 것 같다. 녀석은 땅바닥에 뒤집어져 개미들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다리를 움직이는 것을 보아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른 집어들고 개미들을 털어낸 후 숲으로 돌려 보냈다. 또 어제는 장수풍뎅이 암컷을 만났는데 역시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꼼짝을 하지 않아 손으로 만져보니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들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벌목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고 살충제 사용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라지면 새들이 사라질 것이다. 새들이 사라지면 숲속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왜냐하면 숲속의 벌레와 곤충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숲이 사라지면 결국 동물과 인간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 두렵고 안타깝다.
 
숲이 생명을 되찿고 강이 살아나서 온갖 새와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지저귀고 춤추는 날이 와야 하는데 작금의 인간들이 벌이는 행태를 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는 온갖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 필리핀 근처에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일본에는 대규모 화산이 폭발했다고 한다. 터키에는 산불과 대홍수가 발생했다고 한다. 유럽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작금의 자연재해를 보면 무섭고 두렵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큰 재앙 앞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러한 급박한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피해갈 수 있을까? 해마다 더해가는 재앙을 어떻게 하면 줄어들게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명확한 답을 구할 길 없다. 다만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절박함 뿐이다. 그래 맞다. 내일 이 지구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당장 하자. 그 길 밖에는 없다. 소위 자칭 지도자라고 하는 인간들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그들은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다. 그들은 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다른 행성으로 도망칠 궁리만 하는 자들이다. 다른 행성에 가더라도 살아남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 지구라는 행성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우리 개개인이다. 우리 모두가 깨어나야 한다. 대우주, 대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것이야말로 이 지구와 영원히 함께하는 길이요, 진정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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