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한줄

아침이슬 위에 쪽빛나비 한 마리 내려앉네

slowmrlee 2022. 7. 26. 10:18
728x90

[아침이슬 위에 쪽빛나비 한 마리 내려앉네] - 달개비꽃을 보며 지은 짧은 시

아침 산책길 기슭에 달개비꽃(닭의장풀꽃)이 피고있다. 마치 쪽빛나비가 내려앉은 것 같다. 진한 하늘색 꽃은 상쾌함을 주고 깨끗함이 어떤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달개비꽃을 보면 모든 걸 내려놓고 가벼워지고 싶다. 의식을 맑고 깨끗하게 해주는 꽃이다. 

육월 이십삼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끝이 난 모양이다. 거의 한 달간 이어진 우기였다. 긴 기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특히 이곳 남쪽지방은 지난해에 비해 비의 양이 적었다. 장마기간에도 저수지는 늘 간당간당했다. 그런데 엇그제 새벽에 내린 비는 저수지를 채울 정도로 많이 내렸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 혹독한 지구위기 시절에 그래도 때맞춰 비를 내려주고 폭염을 피해갈 수 있도록 해주신 대우주, 대자연님이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지난 주부터 이틀에 한 번 홍고추 수확 중이다. 봄에 사십여포기 심은 고추가 빨갛게 익고 있다. 잘 익은 홍고추를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추밭 고랑에 쪼그려 앉아 불편하고 따가운 햇볕에 덥지만 수확의 재미가 훨씬 크다. 수확한 홍고추는 마당에서 말린다. 건조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태양열로 말리고 싶어서다. 빨리 마르지는 않지만 마당에 빠알간 고추가 펼쳐저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좋다. 내가 어릴적에는 집집마다 마당에 붉은 고추가 널려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와중에 창문 너머 어느 농업인의 밭에는 농약살포기 소리가 요란하다. 오늘날 시골은 무분별한 농약 사용이 심각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농약을 친다. 특히 아침 산책 중에 농약 살포를 만나면 정말 힘들고 짜증 난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어 한숨만 나온다. 도시는 매연으로 힘들고 시골은 농약냄새로 힘들다. 정말 이대로 좋은 것인가? 묻고 또 묻는다. 

조금 큰 단위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농약과 비료 그리고 비닐 없이는 농사가 불가능하다. 나는 이들을 농부라고 부르지 않는다. 농업꾼(농사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농업으로 이윤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연이야 어떻게 되던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연에 살지만 자연을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몸은 자연에 살지만 의식은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 시골도 안전한 곳이 없다. 아무리 깊은 골짜기라해도 안전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가 힘들 정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만가지 농약을 만들어대는 과학자님들이여 정말 이래야 합니까? 언제까지 새로운 농약을 만들어야 합니까? 자연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고서야 멈추겠습니까? 당신들의 그 재주는 아무 쓸모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깨우치지 못한 것입니까? 이제 그만 멈추고 그동안 지은 죄를 대우주, 대자연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실 용기는 없습니까? 자신을 속이지 마십시오. 

우리는 모두 태초의 순수성과 자연성을 되찾아야 한다.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묻고 물어야 한다. "묻고 묻는 자는 또 누구인가?"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