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한줄

자귀꽃 피면 그늘로 숨어들면 그만인 것을

slowmrlee 2022. 6. 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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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꽃 피면 그늘로 숨어들면 그만인 것을] - 자귀꽃을 보고 지은 열일곱자 시

자귀꽃이 핀다.녹색잎에 연분홍 꽃이 잘 어울린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는가 보다. 자귀꽃이 피면 무더위가 시작된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그냥 자귀나무 그늘 아래로 숨는 것이 최고다. 자귀라는 도구의 자루로 쓰인다고 해서 자귀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위쪽은 도끼처럼 아래쪽은 망치처럼 생긴 도구가 자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 일 분도 완전하게 살지 못한다. 한 순간도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못한다. 무언가에 사로잡혀 끌려간다. 이런 저런 생각들에게 끌려가며 산다. 무엇인가를 해야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의식은 그 무엇인가에 집중되어 순간 순간을 의식하지 못한 채, 넋나간 사람이 된다. 가령 "조금 있다가 밭에 풀을 뽑아야지" 라고 계획을 세우는 순간 그 다음 부터의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계획이 완수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왜 우리는 바로 이 순간을 즐겁고 기쁨에 넘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마음, 생각 때문이다. 마음과 생각은 미래에만 존재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과 마음은 꿈을 먹고 자란다.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계획 또는 어떤 이상을 만든다.  그 이상은 언제나 미래에 존재한다. 미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모든 이상과 이념은 비난하는 마음을 심는다. 이상과 이념은 마음 속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자신을 그 이미지와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 비교는 자신이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부족한 자신을 비난한다.  "만일 내가 무엇이 된다면...." 하고 미래의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 이 '만일' 이라는 말은 절대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상과 이념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허상이다. 잡히지 않는 지평선과 같다.

어느 순간 꿈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 알아채는 자는 누구인가? 꿈속을 헤매는 자는 누구이고 꿈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꿈에서 벗어나는 순간 삶을 놓쳤다는 것을 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속을 헤맨 것은 순전히 헛된 삶을 산 것이다. 헤매는 동안 기쁨이나 즐거움은 하나도 없다. 무엇인가에 홀려 아주 심각한 모습 뿐이다. 이 얼마나 아까운 삶이란 말인가?

매 순간 천천히, 조심스럽게, 깨어있는 의식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옷을 입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앉을 때도, 걸을 때도, 꽃을 바라볼 때도, 새 소리를 들을 때도, 바람 소리를 들을 때도,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때도, 하늘을 쳐다볼 때도, 나무를 지켜볼 때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볼 때도, 찬란한 태양을 마주할 때도,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볼 때도, ........., 완전히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의식으로 순간 순간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삶을 채워야 한다.

풍족하지 않지만 풍요로운 삶!,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게 있는 삶!,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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