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한줄

비 온후 고요한 대숲을 스치는 작은 새소리

slowmrlee 2022. 6. 8. 13:23
728x90

[비 온후 고요한 대숲을 스치는 작은 새소리] - 새소리를 듣고 지은 열일곱자 시

비가 그친 후 바람 한 점 없는 대숲에 새들이 지저귄다. 오직 들리는 건 새소리 뿐이다. 지나가던 구름도 멈추었다. 그 순간 저 산 너머 어디선가 장꿩 소리 요란하게 들린다. 꿩꿩.

장자는 말한다. 삶에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 그것은 자연에서 비롯되며 자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욕망은 매우 복잡하다. 그것은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욕망은 인간의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다. 반면 삶에 필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과 관련된 것이다. 삶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욕망은 지금 이 순간에 관련된 것이 아니다. 욕망은 언제나 미래에 존재한다.

필요는 단순하다. 그것은 채워질 수 있다.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졸리면 자면 된다. 그러나 욕망은 복잡하고 계산적이다. 그것은 절대로 채워질 수 없다. 필요는 신체적인 것이고 욕망은 심리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않다. 이 사회와 국가와 부모들은 필요를 비난한다. 그들은 욕망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돕는다. "너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단지 먹고 자고 있는가? 그런 것들로 삶을 낭비하고 있는가?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해라. 대통령이 최상의 욕망이다. 낙원이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평범한 것들, 단지 먹고 놀면서 삶을 낭비하고 있느냐. 일어나서 달려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서 목적지에 도달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 사회와 국가와 부모들은 필요한 것은 비난하고 욕망은 키운다. 세상이 이토록 부패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모두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삶에 필요한 것이 채워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하다. 채워질 수 있는 것은 무시당하고 채워질 수 없는 것만 키워지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인간이 겪는 불행이다.

삶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받아들이고 욕망은 버려야 한다. 욕망은 지금 여기에 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다. 야생화 처럼 피어나야 한다. 새들처럼 노래해햐 한다. 야생동물 처럼 야생적이 되어야 한다. 독을 주입하는 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서는 안 된다.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 그 필요라는 것이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음식, 물, 그늘, 사랑 등,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 그 이상 다른 것은 필요치 않다. 단순해져야 한다. 자연적인 것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 삶과 싸울 필요가 없다. 그저 삶에 전부를 내 맡기면 된다. 삶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것이 본질이다. 삶은 살아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살아 있을 때 매 순간 변화한다. 오직 죽은 것만이 변화하지 않는다. 죽은 것만이 확실하고 안정하다. 변화가 있을 때 거기 불확실성이 있고 불안정하다. 변화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로부터 미지의 사실로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모든 불안정과 불확실성의 근본 원인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집착하길 원한다는 데 있다.

집착이 모든 고통의 원인이다. 집착을 내려놓고 부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내맡기면 그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 생각도 내려놓고 마음도 내려놓고 욕심도 내려놓고 그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삶, 자연의 흐름에 묻혀 흘러가는 삶, 순간 순간을 지켜보는 삶, 그러다가 그 지켜보는 자 마저 사라지는 삶, 그런 삶이 값진 삶이 아닐까?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