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한줄

아카시아꽃 향기에 취해 손가락 찔렸네 앗

slowmrlee 2022. 5. 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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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 향기에 취해 손가락 찔렸네 앗] - 아카시아꽃을 보고 지은 17자 시

온 산이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하다. 탐스럽게 달린 꽃망울이 마치 포도송이 같다. 향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꽃송이를 따고 말았다. 순간 가시가 손끝을 찔렀다. 앗, 피가 난다. 가시가 달린 이유를 알겠다. 싱그러운 내음과 달콤한 맛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오월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환하게 비치던 햇빛은 훌쩍 커버린 잎에 가려 버렸다. 연못가 귀퉁이에는 막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이 꼬물거린다. 그 모습을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두루미의 긴 다리가 오늘 따라 유난히 시려 보인다.

며칠째 아침 저녁이 춥다. 오늘 아침은 영상 오도까지 떨어졌다. 산책을 하는데 손이 시릴 정도다. 지금은 사과와 배꽃이 지면서 열매가 맺힐 시기이다. 막 맺히기 시작한 어린 열매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고 있다. 올 해는 아무래도 과일값이 오를 것 같다. 이미 가지에 매달린 매실과 자두와 살구는 성장이 멈춘 것 같다. 꽃을 피우던 감귤꽃은 피려다가 멈춰 버렸다.

이상기온이 반복되고 있다. 지지난 주는 예년 평균 기온 보다 높았다. 그리고 지난 주는 예년 보다 기온이 낮았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에게는 리듬이 깨질 수 밖에 없다. 리듬이 깨지면 절룩거리게 되고 결국은 쓰러지게 된다. 지금 지구라는 푸른 별이 그 빛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왠지 앞날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두렵다. 그 앞날이 머지 않은 것 같아 더 무섭다. 아마도 몇 십년 안에 닥칠 것 같다. 인간은 이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지구가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강도짓을 계속하고 있다.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 때문이다. 인간이 본성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지구는 나를 태어나게 하고 나를 살아가게 하고 죽으면 나를 품어 줄 존재' 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오로지 지구를 파헤쳐 재물을 모으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 인간이 누리는 모든 부는 지구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이 지구가 없다면 단 하나라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인간은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가진 것 단 하나라도 지구가 없으면 가능하겠는가? 절대 불가능하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 중 하나라도 지구로부터 가져오지 않은 것이 없다. 과학도 결국 지구 없이는 아무 쓸모없다. 과학은 단지 인간이 지구를 착취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과학은 지구를 파괴하고 착취하여 인간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인간 본성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는 대우주에서 태어나 대우주에서 살다가 대우주로 돌아갈 것이다. 저 산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우리 또한 이 세상에 와서 바람 부는대로 살다가 가는 존재일 뿐이다. 강처럼 바다처럼 물결 치는대로 살다가 돌아 갈 뿐이다. 새처럼 지저귀다가 사라질 존재에 불과하다. 나무가 재물을 탐하는 것 보았는가? 강과 바다가 부를 탐하는 것을 보았는가? 새가 부와 재물에 욕심 부리는 것을 보았는가? 모두가 그냥 그렇게 산다. 오직 인간만 그냥 그렇게 살지 못한다.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리듬을 맞추지 못한다. 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맞추지 못하면 걸음이 꼬여 쓰러지고 만다. 쓰러지면 죽는다.

지금 당장 대우주의 리듬에 올라타야 한다. 욕심을 내려 놓아야 리듬을 맞출 수 있다. 자연이 주는 만큼 먹고 하늘과 땅이 곧 집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먹거리만 있으면 충분하다. 눈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거처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곧 지구를 탐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집 한채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한다. 집 한 채 가진 것 만으로도 죄를 짓고 산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 집 한채를 짓기 위해 수많은 자원을 지구로부터 강탈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근, 시멘트, 돌 등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모든 자재들은 지구를 파괴하여 가져와야 한다. 그 뿐만 아니다. 집을 짓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착취해야 한다.

내려놓자! 텅 빈 상태로 지금 여기에 살자! 순간 순간 대우주의 리듬에 맞춰 흘러가자.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흘러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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